홑씨

 

 

카페에 있었던 날의 일이다.

날이 좋아 사장님이 창문을 열어뒀다.

그 탓에 바람결에 따라 하얀 무언가가 날아 들어왔다.

먼지 같은 게 날아 들어온 줄 알았다.

 

내가 앉은 테이블 위로 떨어지길래 자세히 들여다보니,

민들레인지 무언지 어떤 식물에서 떨어져 나온 홑씨였다.

 

이 친구, 여기 들어오면 안 되는데.

여기는 흙이 아닌데. 

 

조심스레 잡아 들어서 후- 불어 창밖으로 다시 날려줬다.

이번엔 흙 위로 떨어져 엄마와 닮은 꽃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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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인지 그 친구의 처지가 남일 같지 않다. 

 

'왜 태어났는지'를 고민하고 찾는 일은 어쩌면

내 존재의 타당성을 입증해야만 존재의 가치가 유효해지는,

그 생각 자체가 '존재라는 건, 쓸모가 있어야만 존재로서 의미가 있는 거야'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한 어떤 과정이긴 할 텐데

'쓸모가 있어야만 가치가 있다'는 건

'쓸모의 기준'에 따라 가치 있음과 없음이 구분되는 것이라

뭔가 폭력적이다.

 

쓸모의 기준이란,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인정해주는 가치로 환산되는

그리고 대부분은 '경제적 가치'로 쓸모의 기준을 판단하는 세상이라

그것이 안타깝다.

 

그냥 태어난 거지

어딘가 쓰여지려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닐 테니까.

 

이유를 묻고 찾는 일은

가끔 잔인하고 부질없는 기분을 들게 한다.

 

모두가 존재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