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life of GANY

글쓰기

• 매듭

  ✒️WORKS/📔각자의 쓸모 2020. 11. 6. 01:41

  꼬인 게 영 거슬린다. 꼬인 걸 풀고 싶을 땐 꼬인 매듭 따라 꼬불꼬불 돌아가자. 거듭 꼬아 묶여 웬만해선 풀러 볼 엄두가 나지 않는 매듭 속에도 불행을 가장한 행운이 있다. 우연을 가장한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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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싫증

  ✒️WORKS/📔각자의 쓸모 2020. 10. 29. 23:58

  못하겠다 못하겠다 못하겠다 못하겠다 못하겠다 못하겠다 못하겠다 못하겠다 못하겠다 못하겠다 못하겠다 못하겠다 못하겠다 못하겠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못한다 야, 너만 못하냐. 작작해라. 못한다는 말도 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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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렁이

  ✒️WORKS/📔각자의 쓸모 2020. 10. 10. 03:51

  거기로 왜 가는 거야? 흙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거기로 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 너가 눈이 없다고 해서 멍청하게 거기로 간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유가 있겠지. 이유가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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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홑씨

  ✒️WORKS/📔각자의 쓸모 2020. 10. 7. 21:16

  카페에 있었던 날의 일이다. 날이 좋아 사장님이 창문을 열어뒀다. 그 탓에 바람결에 따라 하얀 무언가가 날아 들어왔다. 먼지 같은 게 날아 들어온 줄 알았다. 내가 앉은 테이블 위로 떨어지길래 자세히 들여다보니, 민들레인지 무언지 어떤 식물에서 떨어져 나온 홑씨였다. 이 친구, 여기 들어오면 안 되는데. 여기는 흙이 아닌데. 조심스레 잡아 들어서 후- 불어 창밖으로 다시 날려줬다. 이번엔 흙 위로 떨어져 엄마와 닮은 꽃이 되길 바라면서. 왜인지 그 친구의 처지가 남일 같지 않다. '왜 태어났는지'를 고민하고 찾는 일은 어쩌면 내 존재의 타당성을 입증해야만 존재의 가치가 유효해지는, 그 생각 자체가 '존재라는 건, 쓸모가 있어야만 존재로서 의미가 있는 거야'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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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팽이

  ✒️WORKS/📔각자의 쓸모 2020. 9. 26. 01:16

  달팽이는 왜 등에 저렇게 큰 집을 평생 짊어지고 살게 됐을까? ... 너도 언젠가는 항상 달려있는 그 집이 싫증 날 수도 있잖아. 다른 집에 가서 살고 싶으면 넌 어떻게 해야 해? ... 어쩌면 달팽이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다시 태어나야지만 다른 집에 살게 되는 거겠네. 그러니까 내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게, 뒤돌아보지 않으면 내 집이 어떻게 생긴지 모르게, 시선이 닿지 않는 등 뒤에 집이 달려있는 채로 태어났나 봐. ... 네 등에 달린 집 같은 걸지도 몰라. 숙명이라는 건. 알고는 있지만 모른 채로 살아가야 되는 거라는 거지. ... 나약한 인간인 나는, 너를 보고 오늘도 하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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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나

  💭이런저런 생각 2020. 9. 18. 21:56

  글을 써보라, 하면 그나마 만만한 소재는 나에 관한 것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내부와 외부 세계가 잘 융화되고 있어서(나름 잘 되어가고 있다!) 지금은 외롭거나 작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좋은 일이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 그렇게 되기까지 힘들었기 때문인지 그간 쌓인 알 수 없는 울분이나 화가 있어서 무언가를 뱉어보라고 할 때면 나는 과거의 나를 생각한다. 과거의 나를 다시 추억한다. 나는 그렇게 나를 위로한다. 겉으로는 웃고 있고 누구보다 단단하고 강해 보이지만 안에서는 내부와 외부 세계의 불일치성 때문에 한없이 작아져버린 나약하리 나약한 작은 사람. 어느 누구에게 말할 수 없고 어떤 말을 어떻게 꺼낼지 몰라 머릿속에 고민만 둥둥 띄우다가 이내 고민이 물 속으로 잠겨, 가라앉아버려, 그냥 그렇게 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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