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복용일지 : 1년 5개월차

 

복용 기간 : +507일

복용 약 : 아토목세틴 40mg (스트라테라와 동일한 성분)

복용 후기(요약) :

복용하지 않는 날과 복용한 날의 차이를 명확하게 안다. 영양제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끊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끊을 수 있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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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는 완전히 인생의 일부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맞닥뜨리게 되는 불편함들이 있어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예전처럼 ADHD라서 발현되는 이상하게 느껴지는 순간들마다 '나는 왜 그러지 '하며 고민하고, 슬퍼하고, 자책하는 건 여전하다.

하지만 제일 달라진 점은 이제는 '뭐 어쩌겠어. 이게 나인데' 하는 당연함이 생겼다는 것. 🐵

예전에 심리 관련 책에서 읽었던 내용 중에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는데, 

기질에는 좋은 기질, 나쁜 기질이 따로 있지 않다는 말이다.

 

ADHD도 마찬가지다.

ADHD가 있어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집중력이 좋아서, 추진력이 좋아서, 호기심이 많아서 어떤 주제든 남들보다 빨리 이해하고, 빨리 숙지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집중하는 동안에는 시야가 좁아지고, 한 가지만 보게 되니 주변 사람들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호기심이 많고, 추진력이 좋아서 일을 많이 벌려놓지만 마무리 짓는 건 어렵다.

집중력이 좋은 대신에 지구력이 부족하다. 길게 꾸준히 나눠 쓸 에너지를 한방에 다 써버리는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될까.

감정 진폭도 크다. 작은 감정도 크게 느낄 줄 안다.

감사한 마음이 들 때는 온 세상이 다 감사하고 뭐든지 감사하고 행복하다.

반면에 슬픈 감정이 들 때는 이 슬픔을 어떻게 감당해야 될지 모를 정도로 그 순간이 고통스럽다.

 

푹푹 찌는 더운 여름날은 힘들지만, 여름이 보여주는 초록은 최고의 색이다. 정말 아름답다🌲

 

그래서 뭐든지 중간에 머무르는(?) 한결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규칙적으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계획 세운대로 할 일을 하고 정해진 걸 지켜나가기가 나에게는 참 어렵기 때문이다.

가끔은 좋아하는 감정도 적당히 좋아하고 싶고, 슬픈 감정도 적당히 슬프고 싶다.

어떤 일에 몰두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잘 들렸으면 좋겠다. 주변도 챙겨가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모든 에너지를 다 써버리지 않고 나 자신도 챙기고, 주변도 두루 살펴보는 에너지 정도는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앞뒤가 한 몸인 동전처럼 좋은 것도 나쁜 것도 한 몸이라던데

그 자체, 있는 그대로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건 좀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나쁘다고 치워버리거나 외면하는 건 사실은

온전히 사랑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랑한다면 모든 걸 받아들여야 한다.

진짜 사랑은 어두운 면도 사랑하기 시작할 때 다시 시작한다.

그렇게 ADHD를 온전히 사랑하기, 완전히 받아들이기.

그게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이려니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면, 남도, 세상도 사랑할 수 있다.